집안의 모든 공간을 미니멀하고 아름답게 꾸몄더라도, 문을 열기조차 두려운 마지막 성역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바로 세탁기, 건조기, 보일러가 엉켜 있고 분리수거함과 온갖 세제류가 뒹구는 '다용도실(혹은 베란다)'입니다. 신혼일 때는 그나마 세탁기 한 대만 두고 여유롭게 쓰던 공간이, 3인 가구가 되어 아기 세탁기가 추가되고 빨래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나면서 금세 발 디딜 틈 없는 창고로 변해버립니다.
다용도실은 보통 1평 남짓한 좁고 기다란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조금만 물건을 방치해도 동선이 완전히 막혀버립니다. 세탁기 문을 열 때마다 분리수거함에 걸리거나, 바닥에 둔 무거운 세제 통 때문에 발가락을 찧는 일이 일상다반사입니다. 다용도실이 이토록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 하나, '세로 공간'을 방치한 채 모든 짐을 바닥에 깔아두었기 때문입니다. 버려진 공중(벽면) 공간을 개척하고 가사 노동의 효율을 2배 끌어올리는 다용도실 공간 구획 3대 공식을 소개합니다.
[공식 1] 천장까지 쓰는 '무볼트 조립식 앵글'로 세로 공간을 개척하라
다용도실 수납의 핵심은 바닥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세탁기 옆이나 보일러 아래의 빈 공간에 바닥용 수납장을 두는 대신, 천장 높이180~200cm까지 시원하게 뻗은 조립식 철제 앵글 선반을 설치해 보세요. 못을 박지 않는 무볼트 앵글 선반은 못 자국 없이 좁은 틈새에 꼭 맞게 맞춤 제작이 가능합니다.
맨 아래 칸에는 무거운 생수나 대용량 세제를 두고, 중간 칸에는 자주 쓰는 세탁망과 청소 도구를, 맨 위 칸에는 계절용 가전이나 돗자리 같은 가끔 쓰는 물건을 올립니다. 이렇게 바닥에 뒹굴던 짐들을 수직으로 세워 올리기만 해도, 그동안 물건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다용도실의 바닥 면적이 온전히 드러나면서 걸어 다닐 수 있는 충분한 통로가 확보됩니다.
[공식 2] 동선이 꼬이지 않도록 세탁 Zone과 창고 Zone을 '구획(Zoning)'하라
좁은 공간일수록 목적에 따른 물리적 구분이 엄격해야 합니다. 다용도실 문을 열었을 때의 동선을 기준으로 공간을 크게 두 가지 구역으로 쪼개야 합니다.
'세탁 Zone': 세탁기와 건조기 주변 영역입니다. 이 구역에는 오직 세탁과 관련된 물건(액체 세제, 유연제, 빨래바구니)만 존재해야 합니다. 세탁기 바로 위나 옆 선반에 세제를 두어, 불필요하게 몸을 굽히거나 걸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세탁기를 바로 돌릴 수 있는 '원스톱 동선'을 만듭니다.
'창고 & 분리수거 Zone': 세탁 영역에서 완전히 분리된 반대편이나 구석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분리수거함, 청소용품, 식자재 상비군 등을 모아둡니다. 특히 분리수거함은 세로로 적재할 수 있는 슬림형 다단 분리수거함을 활용해 가로 면적을 아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두 영역이 뒤섞이는 순간 동선 병목 현상이 발생하므로, 가상의 경계선을 긋고 물건의 자리를 엄격하게 통제해야 합니다.
알록달록한 시각적 공해는 '불투명 리빙박스'로 덮어라
다용도실 문을 열었을 때 유독 산만해 보이는 주범은 다름 아닌 '포장재의 색상들'입니다. 대형 마트에서 사 온 분말 세제, 알록달록한 리필용 세제 팩, 온갖 세정제의 라벨들이 내뿜는 원색의 시각적 노이즈는 공간을 더욱 좁고 복잡해 보이게 만듭니다.
수너 공간을 정돈할 때는 내부가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화이트 또는 연그레이 톤의 플라스틱 리빙박스'를 사용하세요. 박스 겉면에 '세탁 세제', '청소 도구', '주방 백업' 등의 라벨링만 깔끔하게 해 두면,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아 문을 열었을 때의 시각적 일체감이 극대화됩니다. 물건을 꺼내 쓰기도 훨씬 쉬워지며, 먼지가 쌓이는 것도 방지할 수 있어 위생 관리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합니다.
다용도실은 비록 작고 사소해 보이는 공간이지만, 매일 해야 하는 가사 노동의 피로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전투 기지와 같습니다. 물건들의 자리를 수직으로 잡아주고 영역을 분리해 주는 것만으로도 빨래와 분리수거를 하는 시간이 훨씬 쾌적해질 것입니다. 이번 주말, 방치되었던 다용도실의 문을 열고 버려져 있던 공중 공간에 선반 한 줄을 올리는 가벼운 변화부터 시도해 보세요.
좁은 다용도실 수납의 열쇠는 '세로 공간 활용'에 있으며, 천장까지 닿는 조립식 앵글 선반으로 바닥 면적을 비워내야 합니다.
세탁 Zone과 창고/분리수거 Zone을 명확하게 물리적으로 분할하여, 동선이 겹치거나 병목 현상이 생기는 것을 방지합니다.
알록달록한 세제와 청소용품은 불투명한 리빙박스에 나누어 담아 시각적 소음을 없애고 통일감을 부여합니다.
다음 9편부터는 공간의 시각적 개방감을 지켜내면서 수납력을 올리는 심화 단계로 진입합니다. 수납공간이 부족한 3인 가구를 위해, 방을 좁아 보이게 하지 않으면서도 수납을 2배로 늘리는 ‘벽면을 활용한 세로 수납의 기술’을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 가정의 다용도실이나 베란다에서 지금 가장 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있는 '정리하기 힘든 물건'은 무엇인가요?
0 댓글